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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목표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데..인터뷰 준비1.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준비한다2. 원 페이저를 작성한다3. 섭외를 시작한다놀라울 정도로숏터뷰가 남긴 것1. 문제 해결의 실마리 찾기 soso2. 유저 잘 알에 한 걸음 더 good3. 각종 비용 절감 good4. 잠재적 니즈를 찾는 건 불가능 bad5. 용기 있는 자가 인터뷰이를 얻는다 good마치며 - 유저와의 부딪힘은 가볍게, 자주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오토피디아 프로덕트 디자이너 송차경입니다.
UX에 종사하고 있다면 ‘사용자 인터뷰’의 중요성을 아실 텐데요, 저는 사용자 인터뷰를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을 기회’임과 동시에 ‘엄청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이에게 지급되는 보상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최대한 철저하게 준비하고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죠.
이런 제가 인터뷰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는데요, 상반기에 ‘자동차 외장 수리 견적 기능(외장 수리에 한정하여 업체에 직접 예상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며 마주한 문제들을 사용자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풀어내고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목표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데..
저희는 빠르게 ‘외장 수리 견적 기능’을 개발했고, 배포도 완료했어요. 견적 프로젝트의 목표는 ‘견적을 발행하는 협력 업체 6곳에 각각 5대의 수리 차량 입고’를 성공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배포 이후 데이터 확보 기간 추이를 보니, 이대로라면 우리의 목표 성과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정확히는 ‘A 업체’는 목표 초과 달성이 확실해 보였고, 나머지 업체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았죠.
초기 스타트업의 디자이너에게는 추가적인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운영 측면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는데요, 저 역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문제를 보완하면 좋을지, 더 해볼 수 있는 건 없을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초기 서비스인 경우 정량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정성적 방법인 인터뷰를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준비
1.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준비한다
저는 인뎁스 인터뷰를 몇 차례 진행하면서 인터뷰 기획/준비에 큰 힘을 쏟았던 경험 때문에 준비 과정에 대한 부담감이 생겨버린 상태였습니다. 정석에 집착하는 저였지만 그런 건 묻어두고, 기간 내에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수집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빠르게’ 진행하자는 마음가짐을 먼저 가져야 했어요. 이번 인터뷰는 기능 배포 후에 진행되는 인터뷰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볍게 진행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아서 ‘2일’이라는 기간을 목표로 두기로 했어요. 가벼운 인터뷰 진행 경험으로 ‘유저 인터뷰는 무거운 일이다’라는 저의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숏폼이 대세인 것처럼 짧아야 유저가 더 호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내심 있었죠. 이러한 의도를 반영하여 ‘숏터뷰’로 이름을 짓고 인터뷰를 정의해 보았어요.
숏터뷰
인터뷰 기간, 질문 개수, 인터뷰 시간을 모두 최소화한 짧은 전화 인터뷰.
단, 인터뷰의 유의미성을 위해 모수는 최소 10명이어야 함.
*’숏터뷰’는 유튜브 예능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저희 앱의 대부분 사용자는 차량에 문제가 있을 때 수리 비용을 문의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닥터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사용자의 재방문율이 낮다는 특수성이 있었어요. 이런 유형의 경우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먼저 문자를 통해 섭외를 시도해 보고, 만약 목표 인원에 미치지 못한다면 냅다 전화해 보는 것을 대안으로 잡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어요.
2. 원 페이저를 작성한다
처음에는 ‘어떤 유저 의견이라도 빨리 수집하자’가 숏터뷰의 계기였는데요, 막상 질문지를 작성하려고 보니 뭘 물어봐야 할지 난감하더라고요.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였죠. 저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설정한 프로젝트의 목표 수치를 달성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A 업체’에만 예약이 몰리는 이유를 파악해야 했어요. 이렇다 할 템플릿은 없지만 제가 생각하는 인터뷰의 기본 요소를 정리한 원 페이저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 원 페이저란, 배경, 목표, 진행 방법 등 프로젝트의 모든 정보를 한 장으로 정리한 문서를 말합니다.
<숏터뷰 원페이저>
1. 인터뷰 배경 및 목적 2. 주의할 점 3. 인터뷰 기간 4. 인터뷰 대상 5. 유저에게 알아내야 하는 것(질문지) 6. 인터뷰 보상
주의할 점에 대해 부연해 설명하자면, 짧고 간결한 전화 인터뷰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인터뷰 시간이 한정적일 때는 어떠한 부정적인 경험도 주지 않는 것이 결국 긍정적 인터뷰 경험을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어 전달력을 떨어뜨린다거나, 유도신문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인터뷰 기본 수칙을 제외한 숏터뷰만의 주의점을 정리했습니다.
<숏터뷰 주의점>
1. 질문은 총 10개를 넘기지 않는다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인터뷰의 목적에 맞는 핵심 질문만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질문은 최대 10개로 한정했어요. 다만, 평소 고객에게 궁금했던 것, 부가 질문은 여분으로 마련해 놓고 생각보다 호응이 좋거나 흥미 있어 하는 고객에 한해 질문을 드리기로 했어요. 2. 인터뷰는 최대 30분이 넘지 않도록 한다 플랜 B로 진행될 경우, 전화 연결과 동시에 인터뷰가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정 시간을 초과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여분의 질문을 드릴 기회가 있더라도 30분은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3. 짧아도 웜업은 잊지 않는다 본격 인터뷰 전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꼭 필요한 인사나 기본 정보 질문 등의 웜업 질문이 있는데, 가끔 인터뷰에만 집중하다 보면 이 부분을 간과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자칫 시간에 쫓기는 인터뷰가 될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을 잊지 않도록 하는 주의점도 추가했습니다.
3. 섭외를 시작한다
원 페이저를 통해 인터뷰 계획이 구체화 됐다면 실행에 옮겨야겠죠. 이번 숏터뷰는 이틀이라는 시간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지만, 확실한 스크리닝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먼저 엔지니어 파트에 견적 기능을 이용한 모든 유저 리스트를 요청했는데요, 제가 요청한 정보는 ‘요청일, 요청내용, 보험 여부, 차종, 연식, 응답일, 응답 내용, 견적액’이었습니다. 고객의 지역 정보를 요청할까 싶기도 했지만, 인터뷰에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해서 제외하고,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는 데 필요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리스트를 전달받은 후, 일차적으로 실제 A 업체를 예약한 고객에 컬러링 작업을 해주었습니다. 이후 세부적인 스크리닝 기준을 세웠는데요, 먼저 리스트를 최신순으로 정렬한 뒤 ‘업체 응답 후 약 일주일이 지난 경우’와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를 인터뷰 우선순위로 두었어요.
당시에는 예약기능이 연결되기 전이라 A 업체에 직접 닥터차를 통해 예약한 고객 리스트를 전달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실제 진행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어요. 우리가 가진 정보인 업체의 응답 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 고객 차량의 입고/수리 작업/출고 단계를 대략 가늠할 수 있었고, 이렇게 진행 상태별로 인터뷰한다면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인 경험을 들려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업체에 직접 고객의 진행상태를 요청하기에는 현장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었어요.)
또, 보험이 아닌 자비로 처리한 경우라면 가격 측면의 이유로 A 업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를 먼저 인터뷰해서 다양한 답변을 수집할 계획이었습니다.
인터뷰 섭외 그룹을 확정했기 때문에 바로 섭외 문자를 돌렸습니다. 이때, 단순히 ‘인터뷰에 딱 맞는분이니 저희 인터뷰에 응해주세요’ 보단, 절실한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초기 스타트업이라 서비스 개선점을 찾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 주었어요.
놀라울 정도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어요. 대략 30명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2명뿐이었죠. 생각해 보면 요즘 문자를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정성적인 데이터라도 최소한 10명은 목표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남은 전략은 냅다 전화를 돌려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광고 전화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는 큰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자를 전송했던 한 분 한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가 연결되면
- 인사 및 소개
- 본인 확인
- 견적 내용 확인
- 인터뷰 목적 전달
- 인터뷰 의사 확인
- 인터뷰 진행
을 모두 해야 하는데, 불시에 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 모든 내용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사람은 제로에 가까우리라 생각했죠. 광고 전화라는 오해를 막기 위해 차주라면 혹할 보상을 초두에 배치한 스크립트를 미리 짜두었어요.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맞으신가요, 저는 닥터차라는 앱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송차경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ㅇㅇ님께서 닥터차 견적 서비스를 이용해서 공업사에 입고까지 해주셨더라고요. 관련해서 간단한 후기를 여쭤보려고 하는데, 인터뷰 응해주시면 주유권 만 원권을 보내드리고 있거든요. 혹시 20분 정도 통화 가능하실까요?
고객이 숏터뷰에 응한다면 바로 인터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견적 요청 내용과 질문지도 미리 세팅해 두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전화를 받은 대부분은 광고 전화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으셨어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응답해 주신 몇 분이 계셨습니다. 고객이 전화 인터뷰를 승낙하면 미리 준비한 인터뷰이 프로필, 견적 요청 내용을 빠르게 훑어본 후,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숏터뷰가 남긴 것
숏터뷰를 통해 이틀간 총 11명의 인터뷰에 성공했고, 초기 목적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다음은 제가 숏터뷰를 하면서 얻은 교훈입니다.
1. 문제 해결의 실마리 찾기 soso
A 업체에만 예약이 몰렸던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어요. A 업체는 서울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인 장점도 있고, 수리비 역시 합리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했던 대로 두 가지 측면에서 매력을 느낀 고객이 많았어요. 인터뷰를 통해서 A 업체의 ‘견적 응답시간, 친절함’도 업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요, 30대인 A 업체 대표님은 플랫폼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여 평균 10분 이내에 견적서 발행이 가능했고, 빠른 수리를 원하는 고객들은 이 점 때문에 A 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고객 한두 명의 의견이 문제로 정의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희가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의 원인일 수 있겠다는 가설은 세워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유력한 몇 가지 가설을 확보하고 이 중 우선순위부터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입니다.
만약 빠른 견적이 A 업체 선택의 이유라면, 이 부분은 업체의 재량에 해당하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기능 측면에서 저희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업체 대표님이 50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업체 교육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액션플랜을 세울 수 있었어요.
2. 유저 잘 알에 한 걸음 더 good
이번 인터뷰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부담감과 유저를 대하는 일에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플랜 B를 실행하기 위해 처음 전화를 드릴 때는 생길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떨기도 했는데 막상 통화가 연결되니 정중한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정중한 거절을 몇 번 겪고 나니 ‘할 만하네?’ 싶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편안한 분위기인데요, 인터뷰어가 긴장하면 인터뷰이도 긴장하기 마련이고, 긴장 속에서 진행되는 인터뷰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100% 신뢰할 수 없겠죠. 숏터뷰를 통해 여러 부담을 덜면서 유저를 만나는 일에 두려움이 없어졌고, 편안한 분위기의 인터뷰를 조성하는 데 조금씩 능숙해지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부가적으로 유저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환경,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고객 대부분은 타 견적 플랫폼 또는 지인에게 문의하는 방식으로 수리 견적을 비교한다는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내가 유저를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하는 자기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3. 각종 비용 절감 good
부수적으로 챙겨야 할 일들이 사라졌어요. 회의실 세팅, 리마인드 등 인터뷰이 안내에 챙겨야 할 일들이 없어졌고, 인터뷰 보상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어요. 무엇보다 시간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는데, 시간이 금인 스타트업에 가장 유리한 부분이겠죠. 인터뷰이 입장에서도 이동 중 간단한 통화로 기프티콘을 받을 수 있으니 장점이네요!
4. 잠재적 니즈를 찾는 건 불가능 bad
숏터뷰는 프로덕트가 출시된 후 특정 원인을 정성적으로 찾아내는 데 최적화된 인터뷰 방식입니다. 유선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의 비언어적 표현까지 고려하여 잠재된 니즈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만약 고객이나 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면 보다 심층적인 대면 인터뷰가 필요하겠죠.
5. 용기 있는 자가 인터뷰이를 얻는다 good
플랜 B로 진행했던 ‘냅다 전화하기’는 광고 전화 취급은 기본이었고, 이 방식에 불편을 느껴 쓴소리하시는 고객도 있었어요. 충분히 귀찮고 당황스러운 방식이었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때 진행을 멈췄다면 지금의 결과는 얻지 못했을거로 생각합니다.
마치며 - 유저와의 부딪힘은 가볍게, 자주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내 고객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죠. 유저가 어려울수록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더 자주 부딪혀 보는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항상 고객에게 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의 부딪힘은 도전적이기도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성장과 배움이 있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는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