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고객을 속여도 되나요?

가짜문 테스트로 검증부터 그로스까지

이렇게 고객을 속여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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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오토피디아 프로덕트 디자이너 송차경입니다.
최근 저는 가설을 검증하는 스쿼드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었습니다. 그중 진행 과정부터 결과까지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테스트가 있어서 공유해 드리려고 해요. 바로 오프라인 거점 가짜문 테스트인데요, 이 실험을 통해 카티가 중고차 구매를 원하는 온라인 고객과 카티의 직영 공업사를 어떻게 연결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여러분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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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험 주제를 ‘오프라인 거점’으로 정한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는 개인적인 이유였는데요, 저는 중고차 매매 상가를 몇 차례 방문하면서 결국 중고차를 구매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성’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당연한 소리겠지만 아무리 저렴한 차여도 언제 운행이 멈출 줄 모르는 위험한 차를 구매하는 사람은 없겠죠. 이런 차의 ‘안전성’을 알 수 있는 정보로는 성능 점검지, 보험 이력 등이 있을 텐데, 과연 일반 고객이 어려운 검사 내용들을 100% 이해할 수 있을지, 이해한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지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중고차 직거래 프로세스에서 대부분의 고객에게는 매물에 대한 안전성을 대신 검증해 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 고객들도 이에 대한 니즈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는 전사적 방향성이었어요. 카티는 전국에 직영 정비소를 운영 중이에요. 때문에 카티의 강점은 전문가, 물류 등 실제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했다는 데 있고, 이를 온라인과 연계해야 한다는 전사적 합의가 된 상태였습니다. 시기적, 동기적으로 온라인에 있는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것에 대한 모두의 이해가 맞물려 ‘오프라인 거점’을 테스트해 보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사실 온/오프라인 연계는 회사의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언젠가는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여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 왔을 때, 고민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유의미하고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선행 프로젝트로서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실험에서는 오프라인 거점의 ‘What’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기로 했어요.
 

왜 가짜문일까요?

가짜문 테스트란,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마치 실제 제품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프리토타입(Pretotype)을 만들어 고객 반응을 살펴보는 방법을 말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연계의 필요성은 분명했지만, 당장 모든 인프라를 동원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시간과 자원을 투여하기 전에 먼저 오프라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것이 순서였죠.
관련 사례를 살펴보며 가짜문 테스트가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시장 반응을 빠르게 얻기에 적합한 방법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가짜문 테스트를 통해 이에 대한 시장 수요를 파악한 뒤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 제품의 볼륨을 조절해 보기로 했습니다.
 

진짜 같은 가짜 만들기

프로젝트에서는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유도하며 이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실체가 없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해야 할지 막연한 상태였습니다. 치밀하게 기획할 필요는 없었지만, 고객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서비스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70% 정도의 진행 계획을 수립한 뒤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어요. 퀄리티보다는 빠른 검증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추후 서비스가 실제로 어떻게 동작할지 운영에 관해서는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문 설계하기

먼저 문을 어떻게 만들 건지에 대한 설계 도면이 필요했어요. 저는 중고차 직거래 및 매매 단지를 돌며 느꼈던 페인 포인트를 기반으로 ‘중고차 직거래 구매자는 안전한 중고차를 사기 위해 오프라인 구매 팩(장소제공 + 진단 + 정비 + 보증)을 이용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수립했습니다. 개인 구매자가 온라인상에서 직거래 매물의 안전 및 신뢰도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오프라인에서 실제 매물을 확인하는 시점에 구매자 향의 전문 서비스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의 매물 진단, 진단 후 정비, 이에 대한 보증에 더해 구매자와 판매자의 직거래 장소 대여까지, 개별 유료 서비스는 있었지만 이를 하나로 합친 서비스는 없다는 점에 착안해 '중고차 직거래 ALL in ONE 패키지'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ALL in ONE 패키지’의 디테일한 조합은 구성원마다 생각이 달라서, 총 4가지의 옵션을 제공하고 고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옵션이 무엇인지 보기로 했습니다.
 
1) 직거래 장소 대여
2) 직거래 장소 대여 + 전문가 진단
3) 직거래 장소 대여 + 전문가 진단 + 바로 정비
4) 직거래 장소 대여 + 전문가 진단 + 바로 정비 + 카티 보증
 
이렇게 패키지 구성을 결정한 뒤, 고객의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랜딩페이지를 통한 신청 인원 수를 최종 지표로 삼았습니다.
 

재질과 형태 선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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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진짜로 가짜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먼저 ‘What’을 키 메시지로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기획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빠르게 아웃풋을 내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어떤 랜딩페이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이렇게 문서로 먼저 정리한 덕에 더 빨리 랜딩페이지의 와이어프레임을 제작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 단계에서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Chat GPT와 Photoshop AI를 활용하여 메인 비주얼을 만들고, 세부적인 문구를 생성했어요.
마지막으로 마케팅 배너를 제작했습니다. 저는 전문 마케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재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랜딩페이지를 기반으로 기본형, 강점 강조형, 혜택형으로 3개를 빠르게 제작 후 돌려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도구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만에 테스트 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더 쓸모 있게 문 개선하기

몇 명이 문을 열었을까요?

오토피디아에서는 프로젝트 런칭과 함께 구성원 모두가 실시간으로 결과를 볼 수 있도록 대시보드를 제작하는데요, 모든 팀원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조정을 즉시 실행할 수 있게 만들고 있어요.
초기 데이터 분석 결과, 유입은 기대했던 정도였지만 전환율이 매우 낮았어요. 총 3개의 퍼널 중 첫 번째 퍼널의 전환율은 13%이었고, 두 번째 퍼널은 0%를 기록하고 있었죠. 가짜문 테스트는 최종 제출이 수요를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인데, 현재의 전환율로는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한 결과였어요. 먼저 전환율 개선을 위해 곧바로 두 개의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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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lem
  1. 첫 번째 전환을 일으키는 CTA 문구 ‘신청하기’가 부담스럽다.
  1. ‘옵션 선택’과 ‘신청 정보’를 한 번에 입력하는 게 복잡하다.
Solution
  1. CTA 문구를 ‘패키지 둘러보기’로 변경하여 가볍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1. 옵션 선택과 개인정보 입력 모달을 2개의 퍼널로 분리하여 입력 부담을 줄인다.
 
특히 2번 솔루션인 옵션 선택과 개인정보 입력 화면을 나누면서, 고객이 느끼는 부담을 쪼갬과 동시에 어떤 퍼널에서 이탈이 일어나는지 추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최종 지표도 2개가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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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개선 하루 만에 해당 퍼널의 전환율이 36%까지 올라가며 23%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 계속 퍼널을 보면서 랜딩페이지를 스와이프 형태로 변경하거나, 각 옵션에 설명을 추가하는 등 여러 개선 작업을 거쳤습니다.
 
퍼널을 개선했다면, 다음으로는 유입 자체를 높여야겠죠. 가짜문 테스트는 배정된 예산 내에서 이미 광고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광고를 집행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자사 서비스인 카티 내에 인입점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중고차 통합 검색’ 서비스인 카티에서 유저가 가장 많이 진입하고 체류하는 결과 페이지에 팝업을 노출하기로 했는데요, 해당 위치는 유저 플로우상 이탈도 가장 적었기 때문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빠른 조치 덕에 유입 역시 기존 대비 64%를 추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효율이 안 좋은 광고를 영상 광고로 대체하기도 했어요. 영상 광고 역시 AI를 활용하여 제작했습니다. 그간 외부 배너 광고만 진행해 왔었는데, 영상 광고는 집행하자마자 유입을 견인하는 효자가 되어 광고 효율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최종 결과 및 이후 과제

준비한 모든 예산을 소진하면서 가짜문 테스트는 종료되었습니다. 각퍼널의 전환율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지만, 가짜문 테스트의 본질은 수요 파악이었어요. 처음에는 '랜딩페이지를 통한 신청 인원수'를 주요 지표로 설정했으나, 퍼널 개수를 늘리며 '패키지 옵션 선택'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추가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패키지 옵션 선택률은 이전 퍼널 대비 26.6%를 달성했고, 신청 인원 수는 목표치를 미세하게 하회했습니다. 특히 옵션 선택의 26.6%라는 수치는 시장 내에 분명한 수요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매우 유의미한 지표라고 생각해요. 신청 인원 수는 목표 지표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성과로 해석됩니다. 이로서 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확인했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연계가 필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더욱 긴밀한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마치며

이번 가짜문 테스트를 진행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아이디어를 빠르고 가볍게 테스트해 보면서 고객 반응과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는 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경험은 매우 신선했어요. 실험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야 하는지, 또 아이디어와 그 검증의 순서를 어떻게 결정할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서, 프로젝트를 린하게 진행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기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 경험은 제 역량을 한층 더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거점 가짜문 테스트는 카티가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얼마나 잘 제공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실험하면서 마주친 여러 도전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팀에게 정말 값진 경험이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유의미한 통찰을 주었습니다. 다만 ‘랜딩페이지에서 제품 설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다듬었다면 어땠을까’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영감을 주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경험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프로젝트에 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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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송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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